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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친한 친구 둘을 만나 오랜만에 저녁도 먹고 술도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나 학교 과가 나랑 너무 안 맞아서 공부도 하기 싫고 학교에 대한 의미도 모르겠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그냥 자퇴하고 싶어." 한참 얘기하던 중 나의 한탄에 친구 한 명이 고민도 없이 바로 답을 했다.
"그럼 그냥 그만둬. 하고 싶지도 않은 걸로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 잡고 있는 게 더 안 좋은 것 같아, 나는."
의외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랬던 것처럼 좀만 참고 버티라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친구는 세상이 바라보는 내 모습보다 내 감정에 더 귀 기울였다. "차라리 그 시간에 네가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시간 보내는 게 너한테 더 좋아." 친구의 대답을 듣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친구 하나는 끝내주게 잘 둔 것 같았다.
(2021. 5.26 오마이뉴스 기사 '자퇴하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의 끝내주는 대답' 중에서)
인내와 포기의 경계선에 있을 때, 우리는 늘 고민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인내' 가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는 사회인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60-70년대 황폐했던 우리나라를 재건하던 시절도 그랬고, 90년대 후반 IMF를 거치면서도 인내심을 발휘해서 상황을 반전시켰던 나라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이 글을 보고계실 분들 대부분도 '대학교만 들어가면' 이란 '마시멜로우' 를 상상하면서, 꾹 참으며 오늘날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근데 어디 대학교만 들어간다고 '인내' 해야 하는 상황이 끝이 나던가요? 아닙니다. 회사에서도 인내하는 삶은 계속됩니다. 인내하지 못하고 회사를 나간다거나, (그 기준은 모르겠으나)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낙인이 찍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욱 슬픈건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난 왜 이렇게 인내심이 없지?' 라며 비난하는 경우인거죠.
그런 면에서 보면, 앞서 소개드린 글의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포기하고 싶은데, 쿨하게 포기하라고 말해주는 친구. 보기 힘든 친구일 것 같은데요. 진정으로 뭔가 포기하려는 친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도록 길을 열어주는 친구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힘든 결정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인내' 해야할 타이밍인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우리가 고민하는 이유는 결국 후회할까봐 두려운 것이고, 결국 어떻게 하면 '포기' 했다는 후회감을 줄일 수 있을런지에 대한 답은 스스로 정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말 자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석이 있긴 합니다. '까짓, 살면서 후회 좀 할수도 있지. 뭘 그렇게 고민을?' 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처럼 후회를 남기긴 싫다고 느끼는 분들을 위해서 몇가지 아이디어를 제공 하고자 합니다. 이른 바 '최적의 포기 타이밍' 인지를 알 수 있는 세가지 질문입니다. 제 나름의 기준이긴한데요. 이직 고민을 다룬 제 책(이직의 패러독스)을 내면서 나름 자료를 조사하고, 생각을 정제하면서 얻은 것이니, 이 중 어느 한 가지 질문만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겨서 포기하는 것일까?
저는 2015년 '이직의 패러독스' 라는 책을 통해서 어떨 때 이직하는 것이 나은가? 라는 답을 얻기 위한 몇가지 셀프체크리스트 항목을 소개한 바 있는데요. 그 첫번째 항목이 바로 이것입니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떠나라(포기하라)는 것입니다.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소한 불만거리를 줄이는 것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는 하든데요. 그런데, 직장생활의 경우라면 불만거리를 피해서 언제고 이직하거나, 프리랜서의 길을 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 동료, 회사 분위기 등 본인이 컨트롤 하기 힘든 것에서 불만을 느낀다고 해서 충동적으로 이직하는 것 보다는, 가고 싶은 회사,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 졌을때 이직하는게 본인에게 옳은 선택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피하고 싶은것이 있어서가 아니라요. '지금 A라는 일 말고, B라는 일을 해보고 싶다' 는 확신의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확신이 드는 순간이라면 남이 '뭘, 그 정도 어려움 때문에 포기를 하나?' 하더라도, 스스로에게는 적어도 떳떳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니까요. 시행착오할 권리도 내 것이니까요.
2. 꺼려지던 일(혹은 사람)이 더 이상 꺼려지지 않게 되도록 노력한 것이 있었을까?
위 1번에서 '이 정도면 해볼만큼 해봤다' 란 느낌을 받는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저처럼 지나치게 타인의 잣대에 민감한 사람은 '아냐,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것일수도 있어' 란 생각 때문에 여전~히 고민을 끝내지 못할때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거기에다 한 가지 질문을 더 했죠. '꺼려지던 일(혹은 사람)이 더 이상 꺼려지지 않게 되었나?' 하고 말이죠.
수포자인 저의 고3때 얘기를 잠깐 들려드릴게요. 매일 밤 늦게까지 저는 도서관에서 수학책을 뒤로 제껴둔채, 영어책만 보던 기억이 있는데요. 수학문제집은 펼치는 것 자체가 두려웠고, 게다가 한번 문제가 걸리기 시작하면 1~2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는 두려움에 제가 사로잡혀 있었어요. 그래서, 늘 '실패없는' 영어 문제집만 열심히 파댔죠. 영어는 그나마 좀 나았거든요. ^^; 그러지 말았어야 하거늘..ㅉㅉ
그런데, 이런 제 습성이 회사생활에서도 계속 되었어요. 어려워 보이는 일, 복잡해 보이는 일이 닥치면 제껴두고 다른 쉬운 일을 하다가 나중에 되어서 일이 더 커지는 --;; 그래서, 어느 순간 생각했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고요. 그래서, 지금은 하기 싫은 것부터 하나 정해서 그걸 해치우도록 노력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일단 부딪히기 시작하면 금세 그 일도 해결이 되더라고요. (수학을 이렇게 공부했어야 하는데...)
이직하기 전, 첫 직장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지독한 상사가 있었죠. 특공대를 나온 장교출신 상사.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하여튼, 그 분 때문에 입사 1년 되었을 무렵부터 관둘 마음을 먹게되었고, 이제 해볼만큼 했다고 생각했던 3년차부터 이직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근데, 잘 안되었죠. 이직 면접만 13번을 떨어졌으니... 근데 그렇게 10개월을 이직을 시도했는데 숱하게 떨어졌죠. 그것도 거의 최종면접에서요. 뭔가가 부족했던 거죠. 뭔가가. 저로선 잘 알지 못하는...
그래서, 그때 결심했던거죠. '그 상사한테서 인정받아보자.' 라고 말입니다. 보는 사람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제 나름대론 최선을 다했습니다. 여전히 실수투성이인 저였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다른 팀원들 앞에서 '정말 정말 잘했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고, 이직한다고 말씀드렸을 때엔 서운하다며, 몇번을 잡기까지 했으니까요.
사실, 제가 그 분에게 얼마나 잘 보이게 되었는진 모르지만, 적어도 그 분하고 편하게 지낼 정도 되었고, 일에 있어서도 제가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선 (전과 달리) 맡겨주게 되는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놀라운건 그렇게 싫었던 사람인데, 좋아지기 까지 했었으니까 나름 최선을 다한게 아닌가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런 노력을 병행하면서, 그 뒤로도 계속 면접을 보러다녔고 그런 노력덕분에 끝내는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 자신에 대해서는 떳떳했죠.
3. 포기하려는 지금 '그것' 말고, 다른 일들을 여럿 시도해 보고 있는 중인가?
서두에서 포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란 고민의 핵심은 결국 후회를 두려워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또, 한가지를 보태자면 이렇게 고민하게 되는 상황은 지금 그 일 말고 다른 것을 충분히 시도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 직장동료 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시골에 계신 그 분 어머님이 밭일 데리고 나갈때 하기 싫어서 떼쓰는 그 직장동료 분한테 이랬답니다.
"세상에 사람 눈(eye)처럼 게으른 게 없어. 해보면 별거 없으니 그냥 해봐. 안 죽어"
어머님의 말은 결국 눈으로만 일을 보고 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해보라는 뜻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이것말고 다른 할 것이 없나? 라고 물어봤을 때 '정말 그것 밖에 할게 없는걸' 이라고 느끼는게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난 이것밖에 없는걸. 이것 말고 내가 뭘해야하지? 내가 뭘 좋아할까? 뭘 잘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힐 때 말입니다. 사실, 이런 답은 그냥 구경만 한다고, 생각만 한다고 절대 답이 나올 수 없다는 걸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결국, 움직여야 하는거죠.
맷 커츠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2011년 TED에 출연해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요. 강연 제목은 '30일 동안 새로운 것 도전하기' 였습니다. 그 분의 핵심메시지가 바로 제가 말하려던 것과 똑같았습니다. '굳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서 훌륭해 질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한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한 목표와 무언가를 끊기 위한 목표들이죠. 그넌 그런 식으로 소설책을 한권 써보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면서 활력을 얻었다고 합니다. 맨날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던 자신이 아니라, 다재다능한 자신을요.
맷 커츠와 같은 상황이 되면 어떨까요? 굳이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느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나요? 이렇게 할 일들도 많고, 또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탈이 좀 난다고 해서 뭐 그리 대수롭겠냔 거죠. 그 일 하나 포기한다고 해서 그리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니, 의사결정도 쉬울것이고요.
위험한 것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은 게 요즘 세상인 거 같애요. 그 와중에 뭔가 남다른 삶을 살고 싶기도 하고, 아까운 내 인생 좀 더 재밌게 살고 싶은게 모두의 소망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조금씩,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는 것이 그 해답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까지 합리적인 포기를 위한 셀프체크리트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 란 말이 있죠. 아무쪼록 여러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내리는 법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결국, 그 방법을 찾는게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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