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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자기개발

고등래퍼를 통해 본 요즘세대 리더십

by '흡수인간'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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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2020년 12월 쯤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등래퍼' 라는 예능프로를 한참 재밌게 보던 시기가 있었다.

고등래퍼는 말 그대로 랩에 재능있는 고등학생들이 출연하는 프로다. 최고의 1인이 되기까지 경연을 벌이는 과정이 그려진다.

 

각 참가자는 프로래퍼들로 구성된 멘토진과 함께 경연을 치른다. 팀을 이뤄 경연에 나서는 사람들끼리의 갈등, 탈락자가 속출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워하는 그들의 모습, 경연과정에 보여주는 나약한 모습, 흐트러지는 모습 등이 바로 이 프로그램이 선사하는 묘미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우는 제작진의 편집을 통해서 보여지는 적나라한, 감추고 싶은 그들의 본모습 말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시청률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기 마련이다. 

 

가장 최근 시즌의 고등래퍼 중 '염따'와 '더콰이엇'이란 래퍼가 멘토로 출연했다. 기사를 검색하던 중, 그들에 관한 재밌는 칼럼을 접하게 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고등래퍼 멘토 '염따' 와 '더콰이엇'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아니요, 우리는 정해놨습니다.” 염따가 탈락자를 발표할 때 이들을 다시 봤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니까 반드시 누군가 탈락한다. 탈락자가 발표될 때의 긴장감이 시청률의 원천이다. 염따는 이 규칙을 깨버리고 바로 정해진 이름을 불렀다. “탈락자는 황세현 군!” 탈락자도 덤덤했다. 알고 보니 탈락의 경우를 예상해 학생들과 다 같이 회의를 한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탈락자를 정하고 긴장감을 깨버린 건 본 적이 없었다.  
 - "껄렁대는 멘토들" , 박찬용, 동아일보 2021.4.21 중에서

 

위의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같이 한번 보자. 

 

보통 고등래퍼와 같은 서바이벌 프로의 멘토들은 경연의 탈락자가 누구인지 발표하기에 앞서 뜸을 들이기 마련이다. 미안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엄청 고민하는 제스처를 보여주기도 한다. 왜냐면 그것이 예의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본심은 그렇지 않더라도 정말 안타깝게 떨어졌다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래야, 탈락하는 입장에서도 덜 상처받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염따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그냥 직설적으로 탈락자를 발표해 버린 것이다. 

 

그런 그의 가감없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 중에서도 이를 보고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보통 저럴땐 뜸들이며, 조심스럽게 얘기해야 하는거 아닌가? 탈락하는 사람이 혹시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아래 글을 보면 염따의 행동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고등래퍼’에 등장한 이들(래퍼 염따, 더콰이엇)의 모습도 별로 진지해 보이지 않았다. 염따는 제작발표회에서 “촬영이 힘들다. 각오도 소감도 없다”고 했다. 프로그램에서 염따는 늘 고등학생들을 ‘급식’이라고 불렀다. 급식을 먹는 청소년을 일컫는 속어에 가까운 표현이다. 염따가 “급식들”이라고 말하면 캡션에 늘 ‘고등학생’이라고 바뀌어 나왔다. 더 콰이엇은 소파에 늘 반쯤 누운 자세였다. 
- "껄렁대는 멘토들" , 박찬용, 동아일보 2021.4.21 중에서

 

모른긴 몰라도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아니지 않나?' 라며 욕한 사람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당시에는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과연 저런 사람들이 '멘토' 의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반전이 숨어 있었다. 

 

“재하를 위한 음악을 할 거야.” 따큐 팀(염따 + 더콰이엇)은 마지막까지 한결같았다. 참가자 김재하 군이 만들어온 노래를 무대에 올렸다. 힙합 무대인데 노래 분위기에 맞춰 록 밴드 멤버를 썼고, 그 밴드 멤버 역시 그 학생의 고교 동창들이었다. 방송 속 모습으로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다만 따큐 팀은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경연의 승리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거기까지 올라온 고등학생의 추억을 위한 음악을 했다. 
 - "껄렁대는 멘토들" , 박찬용, 동아일보 2021.4.21 중에서

 

방송 내내 '비협조적' 이고 '껄렁한' 태도를 보여줬던 염따와 더콰이엇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출연한 출연자들에 대한 마음과 태도 만큼은 결코 '비협조적' 이거나 '껄렁' 하지 않았다. 오히려, 출연자에게 있어서 만큼은 진심과 지극정성을 다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청자? 방송국 PD? 시청률? 상금? 그 무엇도 아니었다. 염따와 더콰이엇에겐 출연자의 음악세계 지평을 넓혀주고, 추억을 선사하는 것이 가장 최고의 가치였다.  

 

이들을 보면서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듣기좋은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unsplash.com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그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이때, 그 필요한 말은 듣기 싫은 소리일 수도 있다.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것이 정말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리더가 그 팀원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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