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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아주대학교 산업 및 조직심리학자이자 '리더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의 저자 박진우 박사님의 글을 읽고, 제 의견을 덧붙인 것입니다.
혹자는 말한다. '가슴 뛰는 일을 해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재밌게 일해라' 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정말 그럴까? 적어도 내가 보기엔 내 주변의 99%는 가슴 뛰지도 않고,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같지고 않으며, (가끔은 재밌을지 모르지만) 그닥 재밌게 일하는 사람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럼, 도대체 일하는 사람들은 죄다 불행하기만 한 걸까? 우리는 직장에 다니는 동안엔 절대 행복해 질 수 없는것일까?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의 심리학자 로버트 밸러랜드 등의 한 연구 결과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들은 캐나다 명문대 대학생들 900명을 대상으로 어떤 분야에 가장 열정을 느끼는가를 조사했습니다. 이렇게 공부도 잘하고, 공부 자체를 즐길 것 같아 하는 학생들의 대답은 어땠을까요?
조사결과 이들이 가장 큰 열정을 느끼는 분야는 사이클, 조깅, 수영 등 일상적인 활동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학업에 열정을 느끼는 학생들은? 단, 3.56%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왠지 공부가 좋아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어서 공부에 매진했을 것 같은 그들조차 공부에 그닥 열정을 느끼진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결과였습니다.
또 하나의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번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조사였습니다. 미국의 한 헬스케어 센터의 직원들과 행정직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헬스케어를 직접 돕는 간호사, 의사와 같은 사람들은 행정직에 비해서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더하지 않을까 하는 가정하에 설계된 조사였습니다. 그런데, 조사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좀 더 가까웠습니다. 자신의 일을 돈 버는 수단으로 보는 사람, 경력개발의 수단으로 보는 사람, 소명으로 보는 사람들의 비율은 하는 일과 상관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간호사들 중에도 환자를 돌본다는 소명의식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고, (주로 서류처리를 하는) 행정직일지라도 소명의식을 가지고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일 자체에 열정을 느낀다는 그 사람들, 만나본 적은 없는 그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걸까요? 평범한 직장인인 저같은 사람들은 일에서 열정을 찾긴 불가능한건가요? 저는 정녕 회사를 나가기 전까지는 그저 기계처럼 일만 하는 사람일 수 밖엔 없을까요? 열정을 갖기 위해선 꼭 누구처럼, 훌쩍 회사를 관둬서, 라틴아메리카까지 다녀와야만 정신을 차리는 걸까요? 아주대학교 산업 및 조직심리학 박사인 박진우의 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충분한 역량을 쌓아야만 열정적일 수 있습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능숙해지고 유능감을 경험할 수 있어야 그 일에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열정적이려면 실력을 쌓을 시간은 필수적입니다. 잠깐 어떤 일을 경험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적성이 맞지 않거나 소명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일을 수행할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뭐야, 결국 열심히 노력하란 얘기야?' 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박진우 박사가 소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 많은 직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방법은 적성이 아니었고 대신, 정교한 계획과 꾸준한 연습이 훨씬 더 중요한 요소였다고 합니다. 일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방법은 바로 그 일을 잘하도록 노력해서, 실제로 그 일을 잘 하게 되는 성공경험을 쌓는 것이란 점을 뒷받침해주는 연구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큰 수혜가 돌아가는 행동인 것은 맞을 것입니다.
지금은 종영됐지만, '알쓸신잡' 이라는 '쇼양(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서 한 패널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한테 읽을만한 책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저는 이렇게 말해요. 여러분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미 가지고 있던 책들) 중에서 고르라고요.
이 말을 위 연구결과에 빗대어 표현한다면, 아마도 아래와 같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저한테 할만한 일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저는 이렇게 말해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고르라고요.
분명 인정하기 싫고, 인정하기 힘든 사실이겠지만 한 번쯤은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라 생각이 됩니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염증을 느낀다면, 과연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뿌듯한 적이 언제였던가? 하고 말입니다. 만약, 있었다면 그 순간은 어떤 순간이었을까? 곱씹어 보고, 그 경험을 반복하기 위해서 나는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것인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시죠. 과연 어떤 순간이 일하면서 제일 뿌듯했을까? 하고 말이죠. 아마 대부분은 누군가에게서 인정 또는 칭찬을 받았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성인인 직장인들에겐 좀 터부시 되어 온것도 사실인데요. '내면에서 의미를 찾아라.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라는 말들이 예입니다. 왠지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고, 칭찬을 갈구하면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인 것처럼 대하는 인식들이 존재해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박진우 박사가 밝히는 일에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인 두번째는 바로 '관계' 였습니다. 주변동료들과 관계가 안정되고,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그 일에 열정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변 동료들의 인정, 격려, 칭찬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열정 증폭제 이겠죠. ^^ 그렇다면, 동료들의 인정과 감사,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고 찾아서 실천해 보는 것도 열정을 찾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퇴근 후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도 열정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2019년 상하이 대학교 등 연구진들은 직장인들의 퇴근 후 삶과 다음 날 직장에서의 노력 에너지와 연관성에 관한 실험을 했다고 하는데요. 연구결과 전날 간단한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 사람들이 가장 에너지가 넘쳤다고 합니다. ^^
종합하자면, 일에 대한 열정은 꼭 열정을 발휘할 만한 일을 찾아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 점. 지금 하는 일, 지금 주변에 있는 동료들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얻어질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하루하루 그렇게 열심히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열정이 샘솟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일단 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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