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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자기개발

[일의 의미] 살려고 일하는 것일까, 일하려고 사는걸까?

by '흡수인간' 202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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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아래 글은 베스트셀러 '프레임' 의 저자 연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 칼럼의 한 부분입니다.

 

"일터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루저로 전락했고,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이 새로운 종교의 핵심 메시지가 되었다. 아무리 기도해도 신을 만나는 영적 체험을 못 해본 사람들이 내적 압박을 느끼듯, 아무리 일을 해도 일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자괴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중앙일보 칼럼 '일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2021.5.5)

 

살려고 일하는 것일까, 일하려고 사는 것일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집에 이사오기 전, 저는 회사가 있는 파주에 살고 있었습니다. 고향은 제주도고요...

 

파주 집에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혼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내가 왜 삶의 터전을 고향과 전혀 상관없는 파주에 잡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파주에 회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파주가 아닌 다른 곳에 직장을 구하면 될 일이었을 텐데요. 그냥 고향인 제주도에 살았거나, 아니면 살고 싶은 지역 혹은 다른 나라에 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곤, 다시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살려고 일을 하는건데, 난 일하려고 이 곳에 살고 있었던건가...?'

 

물론, 요즘 취업시장이 만만치 않게 된건 사실이지만, 중요한 건 왜 내가 다른 곳에서 살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어떤 곳에 살지 '그 곳' 을 정하고, 거기에서 직장을 구하면 되었을텐데, 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말입니다.


일이라는 것은 우리 삶에 너무나도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잘 못하면 그 외의 다른면은 존중받지 못합니다. 회사에 적응 못하면 그냥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밤에 잠 잘때도 일 걱정에 잠을 못이루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렇듯 일, 일, 일... 하면서 억지로, 억지로 꾸역꾸역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어쨌든 다녀야 합니다. 돈을 벌기위해서기도 하지만, 어떨때 보면 그냥 다니는 경우도 많은것 같습니다. 그럴땐 코끼리 실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서커스단에 잡혀가 어렸을 적부터 발에 쇠사슬이 묶인채로 아무데도 못갔던 코끼리... 그렇게 어른 코끼리가 된 녀석은 여전히 아무데도 가지 않습니다. 쇠사슬이 묶지 않더라도요. '나무 아무데도 갈 수 없다' 는 무기력을 학습한 것이지요. 물론, 사람의 경우는 이와는 다르겠지만, 왠지 서글픈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는것 같습니다.

 

출처 : 구글 검색

 

일 잘하는 사람들은 좀 다를까?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과연 괜찮은걸까? 어떤 생각을 할까? 하며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일을 통해서 성장하라, 배워라' 등등 이야기를 하는 분들 말입니다.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 분들은 나처럼 '일하려고 산다는 생각을 안할까?' 하고 말입니다. 그 분들도 가끔 저와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한다면 그건 축복이다. 소명 의식까지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은혜다. 일에서 의미와 행복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면 정말이지 최고의 축복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은 일이고 가정은 가정이다’ ‘일은 일이고 라이프는 라이프다’라는 생각이 신성모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죽을 만큼의 죄도 아니다. 소명 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의 성과가 좋고 행복도가 높다고 말하는 연구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이 신격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중앙일보 칼럼 '일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2021.5.5)

이런 면에서 보면 요즘 MZ세대(이 표현을 좋아하진 않지만)는 참 멋있어 보입니다. 일과 삶을 철저히 구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말입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나이 때문에, 처자식이 딸린 신세라 힘들다고 핑계대면서 부러워보이기도 합니다. 근데, 그런 MZ세대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공격을 감내하면서 삶을 일로부터 지켜나가야 하니까요.

 

일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진정성이 결여된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일쑤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일과 라이프를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근거한 말이라며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일보 칼럼 '일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2021.5.5)

 

일이 우리 삶, 그 자체는 아니므로...

 

일은 거룩한 대상이 되었다. 일은 일용할 양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제공한다. 일의 종교화는 일의 정의를 ‘직업(job)’에서 ‘커리어(career)’를 거쳐 ‘소명(calling)’으로 바꾸는 과정을 통하여 완성되었다. 이 거룩한 변신을 통해 일은 마침내 현대인의 삶의 의미 그 자체가 되었다.
(중앙일보 칼럼 '일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2021.5.5)

 

최인철 교수님은 우리 사회에서 일이 종교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일을 안하는 사람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열정이 없는 사람, 일을 못하는 사람은 그냥 (안 좋은 의미로) 착하기만 한 사람... 이런 식으로 일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말들을 보면 정말 종교수준인 것 같긴합니다. 종교를 지나치게 강요할 때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를 증오하고, 자신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들이 혹시라도 생기면 그들한테 마치 큰일난 것 처럼 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일이 이와 같은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부터 정신 차려야 하겠습니다. 일에 지나치게 감정을 싣지 않도록요. 가장 먼저, 일을 못하는 나를 내 스스로가 질책하지 않도록 하구요. 그 동안 너무 그래왔던것 같네요. 저 자신한테 ^^;; 그리고, 일을 잘하는 것으로부터 느껴지는 성취감 말고도,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성취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로 하구요. 일이 내 삶을 건강하고 즐겁게 누리도록 도와주는 '도구' 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적당한 심리적 거리감을 두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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