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소통,소통. 과연 소통이 뭐길래?
본업이 기업 인사담당자이다 보니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중 가장 많은 이야기는 뭐니뭐니해도 '소통'에 관한 것이다. "우리 회사는 소통이 안돼요",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아요", "리더들이 소통능력이 부족해요" 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과연 여기서 얘기하는 소통이란 무엇일까 궁금할 뿐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소통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되어있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뜻이 잘 와닿지 않는다. 우리는 소통을 원한다. 가정에서도, 기업에서도, 국가적으로도 말이다. 그런데, 과연 어떤 소통을 말하는 것인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내 생각엔 각자 그에 대한 정의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참에 과연 소통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직딩들이 관심있어 가장 관심 있어할 기업에서의 소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
소통에도 종류가 있다
기업에서 구성원들이 말하는 소통은 네가지의 의미로 제각각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①업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
②(상하간, 부서간, 개인간) 격의없는 대화를 하는것 혹은 그럴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
③의사결정권자가 다양한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
④의사결정에 있어 나의 의견을 반영해 주는 것
소통 ① : 업무에 관한 정보공유
첫번째 소통의 개념은 바로 '업무에 관한 정보공유'이다. 인사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맡게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사람을 한명 채용하게 되면 그 사람에 관한 입사조건이 결정되게 된다. 그러면 채용담당자는 그 내용을 급여 담당자, 복리후생 담당자 및 기타 인사 담당자에게 공유해 줘야 한다. 이런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신입사원이 명함이 안 나오거나, 컴퓨터가 없어서 일을 못한다거나, 아니면 출입증을 발급받지 못해서 사무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본사 부서와 현장 부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본사의 정책이 바뀌었음에도 현장에서 이를 공유받지 못하면 제조상품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최종 고객에게 잘못된 서비스/재화가 공급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류의 소통은 공식적/비공식적 채널을 최대한 가동하여 명확히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요즘 회사내 단톡방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시도때도 없이 정보공유가 이루어져서 오히려 문제이긴 하다.
소통 ② : 격의없는 대화 분위기의 조성
회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경직되어 있을 수록 이에 대한 문제를 느끼기 쉽다. 가령, 세대 격차가 심한 구성원들이 모여 있다거나 위계 질서가 강한 조직이 그 예이다. 매출을 다룬다거나, 개인 단위로 영업을 하는 조직도 그러하다. 워낙 긴장된 분위기에서 일을 하다보니 편안한 대화 보다는 업무 위주 대화를 오가게 된다. 물론, 회사에서는 업무 얘기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업무 애기를 하더라도 서로 지지하는 분위기, 상호간 도움을 주려는 대화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약점을 잡힐 것만 같은 분위기라면 창의성을 발휘한다거나, 과감한 도전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윗사람이 어려운 존재로 아랫사람들에게 비춰지는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는 사내 구성원들이 최대한 공동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대응안을 만들어야 한다. 99가지 쓸모없어 보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그 중 단 한가지 아이디어라도 건진다면 그런 분위기가 답일 것이다.
소통 ③ 의사결정권자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
아마 기업집단에서 '소통'의 문제를 제기할 때 가장 관심사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신세대 구성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치고 싶어하고 존중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권위적인 상사가 그것을 억누르거나 무시한다면 그 기업에 다녀야 할 의욕을 잃게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신세대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는 리더들에게 '경청'은 필수불가결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두번째 차원의 소통(격의없는 분위기)의 당위성과 마찬가지로 집단지성을 모으기 위한 방법으로서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명확히 해야할 것이 있다. 과연 의사결정권자는 타인의 의견에 대해 어찌해야할까? 그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은 후 합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의견을 참고만 할 뿐 결정은 의사결정권자의 의향에 따르는 것이 맞을까?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네번째 의미의 소통 문제로 넘어가보도록 하자.
소통 ④ 의사결정에 나의 의견을 반영해 주는 것
과연 구성원의 의견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할까? 그들로 하여금 의견을 모으고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주로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뒷담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화 되어있는 그런 조직말이다. 당연히 자신의 의견은 그 과정에서 배제되었으므로 '편히' 뒷담화를 나눌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원할까?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의사결정권을 나눠갖는 만큼 책임도 나눠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때 의사결정권자들은 괴롭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떠안을 각오를 하고 결정을 내렸는데 구성원들은 그것을 비난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의사결정을 도와줄 만큼 헌신적인 팔로워 역할을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책임은 내가 질건데' 라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본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습관이 일상화되고, 그 토대 위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당연히' 바람직하다. 의사결정이란 이처럼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아마 그래서 수십억대 연봉을 받는 전문 경영인들이 생기나 보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대체로 이런 의사결정 문화를 좋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 외국 기업의 수평적인 문화를 부러워하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이 든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들이라고 해서 꼭 권위적인 문화를 가지고, 외국 기업은 모두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얼마전,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아래 도표를 발견했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연구결과에 관한 것이었다. 그 내용은 바로 조직문화를 두가지 요인에 의해 국가별 조직문화를 분류한 것이었다. 두가지 요인은 바로 '구성원과 리더간의 의견교환이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지는가?' 와 '의사결정이 주로 리더에 의해 이뤄지는지, 집단의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지' 였다. 그 두가지 요인에 의해 국가별로 조직문화를 분류해 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위 도표의 각 사분면에 위치한 국가들은 각각 아래와 같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된다.
1) 평등적이면서 합의주의적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문화 (예: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2) 평등적이면서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문화 (예: 미국, 캐나다, 영국 등)3) 위계적이면서 합의주의적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문화 (예: 일본, 독일 , 벨기에 등)
4) 위계적이면서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문화 (예: 브라질, 멕시코, 중국 등)
주목할 것은 외국 기업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많은 구성원들이 리더에 의해 결정이 이뤄지는 탑다운 방식 의사결정을 두고 '권위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영국과 같은 '합리적'인 국가에서도 탑다운 의사결정 방식이 대세이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문화라 생각하기 쉬운 일본의 경우 의사소통 방식에 있어서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있어서는 오히려 '민주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는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조직일수록) 리더들이 더 무섭고, 단호하게 보여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멀리갈 것도 없다. 성과가 좋지 않은 세일즈맨에게 가차없이 해고통보를 하는 모습을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본 기억이 나지 않는가?
미국 기업의 보스가 더 독불장군일 수 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조직문화에 있어서 의사결정 영역에서 만큼은 리더들의 권위를 존중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리더 중심의 의사결정이 때로는 강력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구성원들이 책임에 대해 자유롭고 아이디어 개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때, 구성원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길 원한다면 많은 고민과 학습을 통해 완성도가 높고,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도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의사결정에 반영해 주길 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 리더들이 외국기업의 리더들과 비교되는 것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얼마나 편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제시해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리더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를 두고 개인의 역량 탓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사람이란 존재가 자신이 성장한 과정에서 듣고, 본대로 행동하기 쉽다. 역사적으로 위계질서가 강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그 방식에 자연스러움을 느끼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바뀌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서는 리더들에게도, 구성원들에게도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리더들은 좀 더 듣는 연습을, 구성원(팔로워)들은 자신의 역할 범위를 명확히 하고(의사결정의 책임까지 떠맡을 것인지, 아니면 리더에게 그 책임을 일임하고 스스로는 지시를 받을 것인지) 스스로 리더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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