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직의 썩은 사과를 도려내자
썩은 사과는 혼자만 썩지 않는다. 사과 상자 안에 썩은 사과가 생기면 주변의 멀쩡한 사과들까지 썩게 만든다. 이토록 치명적인 썩은 사과는 비단 사과 상자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 안에서 꾸준히 다른 사람들을 '썩게' 만든다.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의 저자 엘리자베스 홀로웨이는 조직내 썩은 사과의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썩은 사과는 그냥 어쩌다가 한 번씩 타인의 신경을 긁는 사람이라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특정 행동을 취해 남에게 극심한 반실심과 우울증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이들은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개인,팀, 더 나아가 조직 전체를 병들게 하는 독극물과 오염물 같은 존재들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정적인 에너지는 긍정적인 에너지보다 그 파급효과가 5배는 강하다고 한다. 그런데 조직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에너지 관리에 주의를 덜 기울이는 것 같다. 핵심인재 관리가 대표적인 예이다. 20%의 핵심인재를 잘 관리하면 조직의 성과가 올라갈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전체성과를 떠받치는 나머지 80%는 어떠한가? 고성과자들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성과를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80%는 그렇지 않다. 인사정책, 조직문화정책은 이들을 대상으로 해야한다. 그렇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을 통해서만 조직 전체의 평균역량이 올라간다. 헌데 그 중 10%를 썩은 사과가 장악하고 있다면? 더군다나 썩은 사과의 문제는 B급 인재들 뿐만 아니라 고성과를 일으키는 A급 인재들의 사기까지 떨어뜨린다는 심각함을 야기할 수 있다.
썩은 사과를 도려낸 경영자들
미국 CNN방송을 설립하고 AOL 타임워너라는 미디어 제국을 만든 불세출의 경영자 테드 터너는 썩은 사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는 1980년에 CNN을 창립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뉴스채널로 발돋움했지만 당시만 해도 CNN은 방송계나 언론계에서 뿐만아니라 대중에게서도 따돌림을 받았다. 하지만, 1990년 발발한 걸프전에서 24시간 전장의 소식을 전하는 기민함을 발휘하면서 일약 메이저 방송사로 거듭났다. 당시 24시간 뉴스채널은 그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직원들 중에는 그의 24시간 뉴스에 대한 비전에 의구심과 반발심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테드 터너의 뜻에 동참하고 열심히 뛰어준 직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모을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선언한다.
"Do something! Lead, Follow or Get out of here! (무엇이든 해라! 이끌든지, 따르든지, 아니면 여기서 나가라)"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벤처기업 '우아한 형제'의 김봉진 대표도 테드 터너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우아한 형제 사무실에는 이런 문구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고 한다.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벤처기업 CEO의 고독함을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지금이야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배달 앱이 되었지만, 창업 초창기엔 얼마나 절박했을까? 하루 아침에도 망해 나가는 벤처기업이 쏟아져 나오는 판국에 김봉진 대표도 배수의 진을 치고 하루하루 임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조직내 썩은 사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마 위의 문구가 아니었다 싶다.
썩은 사과 대응법
그렇다면 썩은 사과를 우리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우선 썩은 사과의 행태부터 살펴보자. 그들은 아래와 같은 행동으로 타인을 괴롭힌다.
1. 타인에게 무안함을 주는 등 미묘한 괴롭힘을 일삼는다
2. 소극적인 적대적 행위를 통해 자기 중심의 집단을 만들고 이를 보호하려고 한다
3. 자신의 편이 아닌 사람은 모두 적이라고 간주해 그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 잦다
썩은 사과는 자아 인식 및 자기 조절의 부족, 사회적 역량이 부족한 것이 특징인데 이들에 대한 대응은 개인차원과 조직차원의 대응으로 나뉠 수 있다. 방법이 다를 뿐 두가지 대응방법 모두 '단호함'이 핵심이다. 가령, 그들로부터 면박을 받았는 상황에 직면하면 똑같이 대응하기 보다는 "당신이 그렇게 면박을 주는 이유에 대해 말로 설명해 달라"라고 하는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인사평가 기준에 썩은 사과 역할을 하지 않기 위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런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평가결과로 답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썩은 사과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성과를 내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기적으로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서 자신을 '따르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썩은 사과가 좋은 생산성을 내는 경우는 50%에 불과하며 지금 당장은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때문에 조직의 리더들은 항상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썩은 사과가 섞여 있는지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조직원들과 두루두루 대화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온건한 대응방법
물론, 이렇게 단호한 대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썩은 사과는 약한 사람에게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에 1대1로 썩은 사과를 대해야 하는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이에 관해서라면 정신의학과 전문의이지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 선생님의 방법도 하나의 선택안이 될 것이다.
썩은 사과와 같은 사람들은 처음엔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자신이 화가 났거나 불만이 있음을 남들이 알아 주길 바라는 행동을 취한다. 키보드 자판을 세게 친다거나 책상 서랍을 세게 여닫는 행동과 같은 것 말이다. (이것을 심리 용어로 `수동-공격성`이라 칭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이 말을 붙이면 비로소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그의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한다거나,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공감적 경청만으로 끝내야 한다는 점이다. 어찌됐건간에 그는 자신만의 논리를 내세우거나 '아무리 그 말이 옳다고 해도 나는 싫어' 라는 논리로 방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며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가 되면 이들은 변명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불만이 많은 사람도 자신을 좋은 이미지로 보이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때도 상책은 역시 '아, 그랬군요. 많이 힘드셨겠어요'라며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렇게 들어주는 데에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특히,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경우엔 말이다. 이럴 때는 '갑자기 전화가 왔다' 라거나 '화장실에 좀 가봐도 되겠냐'라면 대화를 끊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끝까지 들어주다가 자신도 그의 부정적인 에너지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미연에 그러한 상황이 되는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썩은 사과들'이 '썩은 사과론'에 반발한다면 ?
기업에서 경영이 필요한 이유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소의 자원을 가지고 최소의 효과를 얻는 것이 기업 경영의 목적이다. 만약 '썩은 사과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거나 '썩은 사과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 특히 '썩은 사과' 그 자신들이 반발이 심할 것이다. '자유로운 소통' 을 논한다거나 조직에는 늘 '레드팀', '악마의 변호사' 가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이럴 때 판단 기준은 두가지다. 첫째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평,비난,불만을 말하는 것이 앞서 말한 효율성,효과성 측면에서 우리 조직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한 대안 혹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 이다. 만약, 이런 질문에 썩은 사과들이 답을 못하고, 나중에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입을 닫게 된다면 이 또한 큰 성과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조직의 성과를 저해하는 썩은 사과들, 우리 곳곳에 숨어 있는지 잘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는 누군가에게 '썩은 사과'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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