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8일 신세계가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근무시간은 줄이지만 임금은 유지한다는 점, 대기업 최초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는데요. 당시 재계에선 정부을 대상으로 속도조절을 요청한 시점이었는데 신세계 측에서 먼저 치고나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었다는 후문입니다. 재계뿐만 아니라 직장인들 입장에서도 '과연 하루를 더 쉬면서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는 의구심을 가질만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중앙일보에서 직접 현장을 찾아가 봤다고 합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세계 주35시간 근무제 도입, 그 후...
이마트 본사에서는 오후 5시가 되면 퇴근을 독려하는 방송이 흘러나온다고 합니다. 개인PC 모니터 한쪽에는 "30분 이후 꺼집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카운트타운이 시작이 되고요. 사무실에 남아봐야 PC가 강제로 꺼져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켜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랍니다. 더욱 놀라운건 해외 출장자들의 노트북까지 부서장의 사전 승인 없이는 한국 근무시간에 맞춰 꺼지도록 해놨다는군요. 그리고, 이런 상황은 본사 뿐만이 아니라 매장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따라도 그만 안 따라도 그만인 제도가 아니라 부서장 평가항목이니 관리자가 더 적극적으로 퇴근을 독려한다고 하는군요.^^
직원 분들의 말을 빌면 이런 조치로 인한 변화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1)직원들이 가족과의 저녁식사 횟수가 늘었다
(2)(자기개발을 위한)학원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다
(3)업무 시간이 줄어 점심시간을 줄여 자발적으로 복귀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런데, 이런 것들 보다도 더 큰 변화는 바로 업무를 압축해서 하는 경향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6시까지 해야할 일을 5시까지 마쳐야 하다보니 개인 업무 뿐만 아니라 회의 시간도 타이트해졌습니다. 의례히 '할 말 있으면 다들 한 마디씩 해보라' 라든가 '지난 주말에 뭐하고 보냈냐' 식의 이야기는 사라졌습니다. 본래 신세계는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오전,오후 두차례 2시간씩 집중근무시간을 운영했었다고 합니다. 헌데 35시간 근무제를 하고난 후 집중근무시간을 따로 둘 필요 없을 정도로 사무실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고 합니다. '워라밸' 실현 뿐만 아니라 '근무 효율성 제고' 또한 주35시간 근무제 목적의 큰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신세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기업 모두에게 해당되는 노동생산성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주35시간 근무제, '워라밸' 보다 '노동생산성'향상
얼마전, OECD 국가중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하위권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를 제외하고선 가장 긴 반면, 노동생산성은 33.1 달러로 하위권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중앙일보 1월 11일자-
대한상공회의소가 2016년 100개 기업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이 우리나라의 야근 문화였습니다. 주당 평균 2.3일을 야근함으로써 하루 평균 11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 중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시간은 5시간 32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야근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생산적 업무 시간이 줄어든 셈이지요. 이런 야근문화는 자신의 삶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가치관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생산성 측면이나, 조직원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노동생산성 향상은 경영자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나서야 한다
최근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해 말들이 많습니다. 애꿎은 비정규직들의 일자리만 줄어드는 것 아닌가하고 말이죠. 이 논리를 풀어보면 직원들의 생산성은 고정적인 것으로 볼 때, 직원들의 임금만 올라가면 수지가 안 맞는다는 것입니다. 직원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노동생산성에 한계가 있다는 접근방식입니다. 하지만, 조직 차원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시스템을 개선하면 어떻게 될까요? 윗사람들의 의전이나, 보고를 위한 보고와 같은 업무를 줄인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생산성은 올라갈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과제를 실현하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경영자들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이겠죠. 결국, 손쉬운 인건비 절감에 먼저 손이 가다 보니 비정규직 인원을 줄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업경영인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경제적으로 큰 성과를 이뤄낸 나라입니다. 미국, 일본 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우리나라와 같은 과도기를 겪었으리라 봅니다. 일정 기간 학습할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지금 그런 학습의 과정에 있다과 봅니다. 또한, 경영자들의 의지만 갖고 되는것도 아닙니다. 경영자의 의지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근로자들의 의식도 중요합니다. 무조건 인건비 부터 줄이려는 경영자도 문제이겠지만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으로 시간만 때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생산성 위기는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입니다. 아무쪼록 이런 과도기를 잘 넘겨서 우리 나라도 선진국 못지 않은 근무환경이 갖춰지길 바랄 뿐입니다.
★ 이 글은 1월 11일자 중앙일보 "퇴근빨라 좋겠다고? 월급쟁이들 좋은 시절 다 갔다(안혜리 논설위원)" 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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