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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멘탈관리

혜민스님의 책이 덜 팔리길 바라는 이유

by '흡수인간' 2018.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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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의 가르침


 

몇년 전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혜민스님과 개그맨 양상국 씨 간에 삶에 대한 대화가 오간 적이 있었다. 아마 혜민스님 책이 한창 잘 나갔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당시 양상국은 사투리 팍팍 쓰는 촌놈 이미지도 개콘에서 주목을 받던 시기였다. 그 둘 사이의 대화는 아래와 같은 것이었다. 

 

양상국 : "저는 외제 자동차, 고급 차에 집착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어떻게 해야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혜민스님 : 양상국씨에게는 시골 촌놈이라는 컴플렉스가 있습니다. 그 컴플렉스를 버려야 집착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세련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일견 공감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타인의 잣대 때문에 스스로를 폄하하게 되면 스스로 피곤한 삶을 자처하는 셈이다. 그런데 꼭 이런 방법을 택해야 하는 걸까? 이처럼 '집착'을 없애는 것만이 답일까? 아니, 외제차, 고급차 타고 싶은 마음을 하필 '집착'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꼬집어야 했을까? 

 

 

'소확행'은 행복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풍조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조성된 분위기인데 이는 행복해 지기 위해서 꼭 거창한 업적이 필요하진 않다는 가치관에서 비롯한다. 알고보니 '소확행' 개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부터 나온것이라고 한다. 그는 '겨울밤 이불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의 감촉',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찍어 먹는 것'과 같은 은유를 통해 소소한 행복의 느낌을 표현했다고 한다. 


얼마전 신문기사를 보니 어떤 직장인의 일화가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앞으로 소셜미디어에 '소확행'이란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나치게 큰 성공을 바라는 마음을 잠재우고 일상의 '소확행'을 추구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수십억씩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괜히 짜증 나고 우울한 감정이 커져서 괴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느낀 스스로에 대해 짜증이 났다고 한다. 스스로를 돈 욕심이나 큰 성공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도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또 그러려고 노력했는데 사실 그것이 자신의 본 마음과는 다름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그만이 느끼는 감정일까?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가 거의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다. 큰 돈을 번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것인가? 

 

 

마음의 행복을 얻는 또 다른 길, 탄트라(Tantra)



혜님 스님의 말씀대로라면 위 이야기에 나온 직장인에게도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이룬 것을 시기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많이 가지면 번민이 더욱 커지는 법이다' 뭐 이런 식의 조언을 주는 것 말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고 싶다. 
어떤 책을 보니 불교에서 말하는 욕망을 없애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욕망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바로 '선(禪)'이라는 개념인데 앞에서 혜민스님이 양상국 씨에게 해준 조언이 이를 바탕으로 한다.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고 다스리면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 진다는 것이다. 
욕망을 다스리는 두번째 방법은 탄트라(Tantra)이다. 

선(禪)과는 반대의 방법이다. 마음을 다스려서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생겼을 때 그 목표를 이뤄버리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돈을 벌고, 유명해 지고 싶으면 유명해 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목표가 이뤄지면 욕망 때문에 괴로워지는 마음이 해소된다는 것이 바로 탄트라의 개념이다. 

 

'마음 다스리기'가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라면 두번째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욕망이란 끝이 없어서 하나를 이루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기고 그런 상황은 끝없이 반복된다. 그러므로, 고통과 번민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려면 결국 욕심을 버려야 한다" 라고 말이다. 

 

 

일견 타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욕망'이란 단어를 '목표'로 바꿔서 생각을 해본다면? 하나의 목표가 이뤄지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면 또 다른 목표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놓고 봐도 과연 그런 삶이 잘못된 것일까? 끊임없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려고 부지런히 노력한 사람의 삶을 과연 '욕망'에 찌들린 삶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면, 스티브 잡스, 엘론 머스크, 정주영 회장과 같은 사람들은 모두 욕망에 찌든 사람인 것일까? 

 

언젠가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수많은 인스타그램 사진을 빅데이터화해서 패턴을 찾아내고 거기서 사람들의 심리의 이면을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인스타그램 사진을 분석한 결과 도출한 특징 중 하나는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지만 사진들이 몇가지 공통된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외국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었다면 노골적으로 지명을 드러내기 보다는 사람들이 어느 곳인지 잘 알수 없도록 찍는다거나, 셀피를 찍을 때 영어 원서를 가슴에 안고 찍거나, 커피와 책을 함께 앵글에 담는 것이 그러한 것이다. 그런 사진을 통해 사람들은 '난 니네랑 다른 삶을 살고 있어' 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위와같은 방식으로 개인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은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그들을 두고 우리는 과연 '진정으로 소확행을 즐기는 사람들'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서 실은 남들에게 자신의 성공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소확행'은 또 다른 강요가 아닌가 싶다. 차라리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서 누구나 인정할 만큼의 성과를 만드는 것이 더 행복해 지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자존감'이 필요한 이유


 

미국 하버드대가 1939년부터 2014년까지 장장 75년간 행복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얼마전 조선일보 신문 기사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연구는 하버드대 재학생 286명과 보스턴 빈민층 자녀 4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하버드 성인개발 연구소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이렇게 요약했다. 

 

"가장 명확한 한 가지 사실은 좋은 인간관계가 건강과 행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점" 이다. 

 

나는 이 연구결과를 통해 가족으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란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경향이 강해서 남이 자신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본다는 점이 조심해야 할 점이다. 열심히 살다가도 타인에 비해 못한 성과를 내게 되면 지나치게 스스로를 비판하고 비하하려는 경향이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것을 자기감시 Self-monitoring 라고 한다) 

 

결국, 답은 '중용'에 있다. 욕망을 부자연스럽게 억제하는 것과 자신이 이룬것에 대해 타인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자 하는 것. 이 두가지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 말이다. 결국, 이런 균형감은 '자존감'에서 나온다. 자존감을 지키는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자면 아마 이와도 같을 것이다. '나의 욕망은 정당하다', '나는 그 성공을 대가를 누릴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타인에게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열쇠인 것 같다. 이 넒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물질적인 것, 세속적인 것을 좇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낙인을 찍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애써서 그런 욕망(혹은 목표)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이라도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강조한다. 

여행을 가든, 어학연수를 가든, 대학원을 가든 무엇이든 좋다. 중요한 것은 '뭐라도 하라(Do something)' 는 것이다. 


 - p.s : 이렇게 노력하다, 하다 힘들어져서 '대한민국이 싫어졌어. 이민이라도 가야겠다'란 생각이 드는 분들도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거기 가서도 행복해 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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