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까지 정년 보장, 10년간 이직률 제로, 여성 관리자 비율 30%, 잘 웃는 직원에게 무조건 인센티브를 주고, 사장이 “나는 절대로 누구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하는 회사가 있다고 한다. 바로 연구용 산업용 레이지 광학 기기를 수입 판매하는 회사인 일본레이저다.
일본레이저는 24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회사이다. 무차입 경영에 55명 전 직원이 주주이며 1인당 매출은 7억원이 넘는다. 2011년 1회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기업’ 대상, 2015년 후생노동성 ‘커리어 지원 기업’ 후생노동장관상, 2017년 3회 화이트 기업(직원 만족도가 높고 이직률이 낮은 기업, 반대는 블랙 기업) 대상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일본 레이저의 최고경영자는 곤도 노부유키라는 분이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서 "곤도의 결심"이란 책의 제목을 접한 적이 있는데 '근데 곤도가 누구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바로 그 곤도가 일본레이저의 곤도 노부유키였다.
-책 '곤도의 결심'의 표지-
비록 지금은 이렇게 건실한 회사가 되었지만 1994년 곤도 사장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일본 레이저는 도산 직전의 회사였다고 한다. 불량재고, 불량 설비, 불량 채권, 불량인재 등 네가지 불량이 극심했다. 허위보고, 배임, 횡령도 만연했던 그런 회사였다. 그는 취임하고 나서 회사를 재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직원 동기부여, 매출 총이직 중심 경영, 인사/평가제 개선, 능력/노력/성과 기반 처우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 결과 취임 첫해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곤도 사장은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아무리 위대한 전략이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직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 동기부여의 구조적 걸림돌이 '자회사'라는 태생적인 한계라는 것에 주목했다. 일본레이저의 모기업은 일본전자인데 이 때문에 일본레이저 직원들은 모회사 ‘낙하산’에 밀려 사장은 커녕 임원 승진도 어려웠다. 취임 첫해 그가 좋은 성과를 내자 직원들은 ‘곤도씨가 좋은 성과를 냈으니 다음은 모회사 높은 자리로 돌아갈 궁리만 하겠구나. 우리는 이용 당하는 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곤도 사장은 모회사의 임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의 그러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모회사 임원직 사임이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2년차인 2007년에는 아예 모회사에서 일본레이저를 모회사로부터 분리 시켰다. 경영진과 직원의 자사주 매입방식을 통해 모회사로부터 독립시켜 버린것이다. 그리하여 현재 일본레이저 지분은 일본전자가 14.9%, 곤도 사장이 14.9%, 그 외 경영진이 38.2%, 직원들이 32%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독립을 했더니 조직문화 관점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첫째, 모회사가 사라지면서 수직적 조직구조가 수평적으로 바뀌었다. 둘째, 돈·시장 대신 사람을 중시하며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셋째. 직원이 곧 주주이므로 직원의 책임감 주인의식이 커졌다. 이런 변화가 결국 오늘날의 일본레이저를 만든 토대가 된것이다.
또한 곤도 사장은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오늘날 일본레이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없이 일하고, 한 사무실에 20대부터 70대까지 일하는 조직문화를 갖춘 회사이다.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 최대한 여건을 조성해 준다. 양육때문에 출근이 힘들어서 몇십년간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자녀가 다 성장해서 풀타임으로 전환한 직원도 있다.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데 곤도 사장이 심혈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이와같이 조직원들과의 신뢰를 중시하는 데에는 곤도 사장의 개인적인 경험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입사4년째, 28세의 나이에 그는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당시 오일쇼크로 인해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직원 3분의 1을 잘라야만 했다. 그는 노조 위원장으로서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위한 퇴직자 상담을 맡았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11년간 노조위원장을 맡은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법인 부법인장에 임명됐다. 그런데 미군 군납 물량이 급감하면서 다시 미국 직원들을 대량해고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시절 그는 스트레스로 인해 위궤양이 반복됐고 대장암 판정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그는 '아무리 노조가 노력을 해봐야 경영이 흔들리면 고용 보장은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가 강조하는 사장의 역할은 세가지이다. 첫째는 '직원 동기부여' 아무리 좋은 전략이어도 실행은 직원이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진·쓰나미가 밀려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수많은 일본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다가,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던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직원을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는 둘째 '경영전략수립'을 꼽았다. 경영 전략에서 실패하면 아무리 직원을 동기부여 하고 싶고 성장시키려 해도 그 존립근거인 조직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마 노조위원자으로서 동료들을 대량해고 하는 과정에서 느낀 바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도산 직전의 회사를 이렇게 키워낸 비결에 대해 곤도 사장은 "사장의 결심이 회사를 바꾸고, 사장의 진심이 직원을 바꾼다" 고 말한다. 사장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 처럼 위계적 질서가 강한 조직문화에서 사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곤도 사장은 지금도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먼저 인사한다고 한다. 그는 사장과 직원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존경하는 관계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 먼저 신뢰를 보여야 하는 사람은 당연히 사장이라고 보는 것이다. 말로는 직원과의 신뢰를 강조하지만 실제 보여주는 행동은 다른, 그런 류의 경영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사장이 먼저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상에서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곤도 사장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일본인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에 임하는 기본자세를 중시하는 마음가짐 말이다. 그것을 중시하기에 몇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장인들이 생겨나고, 영화 '철도원'에 등장했던 역무원과 같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기의 임무를 묵묵히 다하는 사람들이 기업조직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곤도 사장의 경우에는 경영자로서의 기본자세인 '사장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철학을 흔들림 없이 고수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에 맞도록 행동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단순하지만 오늘날 보기힘든 경영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주인정신을 바라는 경영자들이 많다. 곤도 사장이라면 그런 경영자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당신이 직원들을 정말 주인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는지 먼저 생각해보라"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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