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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자기개발

[직장인 고민] 그가 나를 싫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싫어하자 ?

by '흡수인간'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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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 심리학 박사 김경일 교수가 쓴 칼럼에 의하면 사람들은 타인이 나를 싫어할 것이란 생각을 더 자주한다고 한다. 그에 반해 그 사람이 자신에게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는 자주 놓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험결과에 의해 뒷받침 되는 사실로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이란 (말이든 행동이든) 신호에 더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새로운 인간관계에 더 방어적이고 소극적이게 된다. 그리고, 혹시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평을 접하게 되면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방어적이라 함은 소위말해 '그가 나를 싫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싫어하자' 라던가 '너만 내가 싫어? 나도 너 엄청 싫거든?' 라는 식의 반응을 말한다. 

 

지난 주 금요일 카페에 앉아있었는데 두 회사원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옆자리에 있어서 엿듣고자 하지 않아도, 잘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직장생활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닌 '나' 였으므로 단박에 직장동료 뒷담화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찌나 서운하셨던지 대화는 꽤나 길어졌다. 30분 정도 대화가 이뤄질 때 내가 나왔으니,,, 금요일 저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소 1시간은 될 것으로 보였다. 

 

unsplash.com

 

위 회사원의 사례는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겪는 상황일 것 같다. 나 역시 누군가를 '잘근잘근 씹으면서' 몇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의 그에 대한 인식이 순전히 내 위주 생각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 사람은 내게 별다른 악감정이 없었는데 나만 안좋은 감정을 키워간 것은 아닐까? 사실, 그 사람은 나에게 호감 표시를 한 적도 많았던 것 같은데. 심지어 어떤 때는 둘이 덕담도 주고 받기고 했고 말이야'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나만의 착각에 사로잡혀서, 내가 먼저 그를 싫어해 버리자면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아닐까하고 잠시 생각해 본 것이다. 문득 혼자 있다가 든 생각인데, 그런 나의 뒷담화를 가만히 들어줘야만 했던 내 대화 상대방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마, 위에 얘기했던 카페의 두 회사원 중 한 사람은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한바탕 뒷담화 이야기를 받아주는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이니까. 그래서 경청이 그렇게 어렵다고들 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한 사람의 방어적인 태도는 상대방에게 또 다른 방어를 불러 일으킨다. 어느 누구 잘못도 아니다. 그냥 사람이니까. 위 실험결과도 그렇지 않았는가? 사람은 상대방이 나를 싫어할거란 단서는 잘 모으면서, 좋아할거란 단서는 모르고 지나가기 더 쉽다고 말이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 거란 생각을 믿음을 가지면 내 마음도 편해질 것이고, 그를 대하는 행동도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행동이 계속되면 그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이고. 물론, 여기서 전제조건은 굳이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도록 만들어야 한단 강박은 갖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하려고 관계를 잘 맺는 것인데, 그 일로 인해 오히려 내가 피곤해지면 그것도 말이 안되는것 아닐까?  

 

대학 전공수업때 세계관에 대한 강의를 들은적이 있다. 주제는 "세계는 갈등에 의해 발전할까? 조화에 의해 발전할까?" 였다. 갈등주의론자들은 이 세상이 갈등에 의해 움직인다고 한다. 갈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본다. 마르크스의 이론이 대표적인 예다. 반대로 기능주의론자들은 세상이 각자 맡은 기능(function)들이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설계되어 있고, 그러므로 각자 제 기능을 잘하면 사회는 발전한다고 믿는다.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 애덤 스미스가 대표적인 예다. 

 

마르크스에 대해 좀 더 말하자면 그들은 계급간의 갈등이 커지고, 없는 자들의 불만이 증폭되면 그것으로 인해 사회변화가 된다고 믿는다. 이른바 정-반-합. 정과 반이 충돌하면 이것이 새로운 '합'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시즘은 1900년대 초부터 생겨난 이론인데 오늘날까지 영향력이 크다.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 는 젊은세대의 아이콘화 되어 있고, 요즘도 서점가에 가면 그의 평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체 게바라는 오늘 날에도 영향력을 끼치는 것 같다 / unsplash.com

 

왠지 갈등주의는 매력이 있는것 같다. 세상엔 누군가 나와 반대되는 사람이 있고 그가 나의 이익을 해친다. 그러므로, 그가 누구인지 알아내서 나를 해하는 일을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말 아니겠는가. 원시시대때부터 우리가 키워온 '생존본능' 을 자극해서 그런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갈등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면 분명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쨌든 갈등하는 두 상대방 입장에선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에너지가 소요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그 사회는 계속 그런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되니까. 만약,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도 이러면 어떨까? 그만큼 피곤한 일도 많아지지 않을까? 미워하는 그 어떤 사람때문에 내 감정을 낭비해야하고, 심지어는 내 일상까지 방해받는다면 말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팩트 중심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라본다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사실, 그가 나를 싫어하리란 증거만큼, 나를 좋아하리란 증거도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한없이 사람 좋게만 보는 사람이란 평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피곤하나 사람들하고 각세우며 피곤하나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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