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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마른 비만형인 나는 사람들에게 우스개 소리로 나를 이렇게 소개할 때가 있다.
'성인병의 그랜드슬램' 을 달성한 사람이라고. 그랜드슬램이란 골프나 테니스대회에서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짐작하겠지만, 나는 성인병 네가지. 즉, 고지혈, 고혈당, 고혈압, 지방간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런 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께는 별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얼마전까지 그랬다.
위 병들의 특징은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데 있다. 당뇨약을 빼고 세가지를 매일 복용해야 했다. 아침에 눈뜨면서 고지혈증, 고혈압, 지방간(간수치를 낮추는 우루사 같은 약)을 먹었다. 저녁에는 간장약을 한번 더 먹었다. 간수치가 급격히 안좋아져서 그런지 간장약 만큼은 하루 2회 복용해야 했다.
당연히 최우선 과제는 '감량' 이었다. 어디에선가 영화 '명량' 의 포스터를 '명량' 이 아니라 '감량' 이란 제목으로 바꾼 그림을 본 기억이 있다. 그만큼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리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 워낙 운동을 싫어했기 때문에 감량을 위해 운동과 식사조절을 하다가 실패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한두달은 잘했는데 3개월째를 못넘겼다. 그러던 내가 감량을 하고, 위 약을 한 방에 끊게된 계기가 있었다. (다행히 나의 증세는 초기 증상이었다는 점을 미리 밝히고자 하며, 지금의 내 몸 상태에 대해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 그것은 바로 '그냥 하기의 힘' 덕분이었다.
실행을 촉진하는 '그냥 하기의 힘'
'아침이 달라지는 저녁루틴의 힘' 저자 류한빈 님은 수의사이자 작가이자, 유튜버인 다재다능인이다. 그런 그가 한말이 내게 와닿았다. '루틴을 만들기 위해 초반에는 정량적인 목표를 의식하지 말고, 그냥 매일 그 행동을 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라' 고 말이다. 수치 상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실망하기 쉽고, 그러다가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뉴욕대 심리학자 피터 골위처를 비롯한 여러 심리학자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고 한다. 뭔가를 한 번 하기로 했으면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그냥 무조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뭔가를 실행하는 데 있어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막는 환경조성도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들어, 건강한 음식을 매일 먹기로 했다면, 음식 조리과정이 단순한 음식을 손이 닿는 곳에 두라고 말이다. 조리과정이 길어지면 생각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오늘은 피곤한데 대충 시켜먹을까?' 라는 생각을 하던가,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때에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니 (혈당관리에 정말 필요한 요소가 적시에 음식섭취를 하는 것이다) 오늘은 그냥 아무거나 먹자' 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나만의 다이어트 성공담 (식단과 운동방법)
체중 감량을 실패했었을 때 내가 쓰는 방법은 헬스장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을 줄이고, 매일 체중계에 올라 체중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체중이 어느순간 정체기에 이르면 왠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었다. 그리곤 생각했다. '지금 하는 운동 방법이 잘못됐나? 유산소 운동을 더 늘여야 하나? 아님, 근력운동을 늘여야 하나? 그것도 아니라면 운동 시간이 부족한가? 그러면, 회사 가는 시간이 늦어질텐데 어쩌지? 차라리 퇴근때 운동을 할까? 저녁식사를 먹고난 후 운동을 하는 것이 아침에 하는 운동보다 나을까?'
그러다가, 하루 이틀 운동을 쉬게 되었고, 결국 아예 손을 놓게 되었다. 음식 조절도 그랬다. 언제는 고기류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가 또 어느 순간엔 탄수화물을 먹지말자고 했다가, 또 언제는 둘다 끊어야겠다며 무리하다가 허기짐에 못견뎌 폭식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감량에 성공하게 된게 '그냥 운동하기' , '점심은 푸짐하게' 두가지 원칙만 지키자고 하게된 이후였다. 체중에 신경쓰지 않았다. 다이어트나 식단에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 보는 짓도 관뒀다. 그냥, 진짜 그냥 위 두가지를 매일 하자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예외를 두지 않았다. 식단이야 회사 회식이나 모임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한두번 예외는 있었다. 하지만, 운동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밤 11시에 들어오든, 회식을 하고 들어왔든, 병원에 입원했든지 간에 말이다. 무조건 운동을 했다. 스마트폰 앱에서 다운받은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그것만 정말로 아무 생각없이 매일했다. 매일 1시간 동안 말이다. 대신 운동 프로그램은 나에게 필요한 것으로 구성했다. 전문 트레이너가 보면 웃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앱으로 운동하는 시간 외 매일 아침 40분씩 밖에서 걸었다.
여러가지 운동 앱을 써봤지만, 위에서 소개한 앱들이 가장 간편하고 내 스타일에 맞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앱에 내 페이스를 맞췄다는 것이다. 운동하는데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냥 밀어부쳤다. 아무튼 이 방법으로 '그저 운동하기' 페이스를 유지하다보니 3개월 사이에 7kg을 감량할 수 있었고, 현재도 별 저항없이 계속 운동하고 있다. 장소는 집에서든 헬스장이든 장소는 가리지 않았다. 감량도 감량이지만, 나에겐 없는줄로만 알았던 식스팩이 조금씩 만져지는 것이 느껴진다. 완전히 식스팩이 지방질을 다 녹이고 살의 표면(?)으로 올라올 날까지 이 루틴을 계속할 생각이다.
식단은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식단은 아침에는 샐러드와 연두부, 점심은 푸짐하게 (단 면류, 빵, 튀김류는 피했다.) 저녁은 닭가슴살과 샐러드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고혈압, 고지혈, 간장약 3종을 끊었다. 물론, 자의적으로 끊은게 아니고 의사선생님의 지시와 처방에 의해 끊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약을 먹지 않고도 정상 수치가 유지된다면 완전히 약을 끊자는게 선생님의 설명이셨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황이면 '그 동안 고생했으니, 오늘은 만찬을...' 라며 안 좋은 음식을 먹었겠지만, 이번엔 다르다. 오늘도, 내일도 그냥 아무생각없이 원래 하던 프로그램과 루틴을 이어갈 생각이다. 다행히도 내 증상은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비해 그간 약을 복용해 온 기간은 길었다. 거의 1년. 다시는 약을 먹던 그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아무 생각없이, 매일 매일 그 행동을 이어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페이스를 유지해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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